웨인가 작자들이 제이슨을 감추는 이유를 알겠다. 그는 약한 고리다. 제이슨의 섬세함은 경험에서 우러나온다. 비참함이라는 감정을 겪어봤기에 비슷한 처지의 상대를 이해할 수 있었던 거다. 설마하니 악명 높은 레드후드가 저에게 해를 끼친 가해자에게 질질 끌려다니는 꼴을 볼 줄이야. 웨인을 증오한다던 말이 사실은 그들을 너무 사랑해서 그 반동으로 배신감을 느꼈다...
끽해야 한두 번으로 그칠 거라고 예상했던 밤나들이는, 일정한 주기를 두고 일상이 되었다. 품이 넓은 검은 후드티를 뒤집어썼을 지언정 다시 바깥을 돌아다니는 일은 즐거웠다. 고담답게 불유쾌한 자들을 마주치기도 했지만, 제 정체를 레드후드라고 밝힌 이가 곁에 있으니 일말의 긴장도 사라졌다. 그리고 내 인생이 늘 그랬든 나아질지도 모른다는 믿음이 생길락말락 할 ...
“하아….” 미끄러지는 젖은 몸을 단단한 손이 붙잡아 안는다. 눈이 마주치면 조르지 않아도 입술을 내어줬다. 뜨거운 숨결에 내 것을 섞어 호흡하면 어느새 공포가 저 멀리로 사라져간다. “으응, 그거, 좋아….” 굳은살이 박인 거친 손이지만, 오히려 더 자극적이다. 뭉근하게 허리를 움직이자 낮게 억눌린 신음이 튀어나온다. 엉덩이를 찌르는 것이 이미 한껏 한계...
이성적으로 판단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었다. 망가진 형질을 복구시켰다면 이보다는 나은 꼴이었으려나. 제이슨 토드는 이미 한 번 조커에게 죽었던 몸이다. 처참하게 당한 상태로도 새파란 눈동자는 형형하게 빛났으나 그 뿐이다. 조커는 물론이거니와 그의 부하들도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지만 제이슨은 결박당한 양 꼼짝 하지 못하고 있다. 파랗게 빛나는 눈은 현실을...
조커 없이는 잠들지 못하리라는 불길한 예감은 예감으로만 끝났다. 나는 그간 모자랐던 잠을 보충하듯 낮이고 밤이고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꽤 숙면을 취하고 있는데도 가시지 않는 피로함은 쌓인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은 탓일까. 내 기상은 어느 때는 한밤중일 때도, 어느 때는 환한 대낮이기도 했다. 간혹 침대 옆에서 알 수 없는 표정을 한 제이슨을 잠결에 보기...
애석하게도 조커는 나타나지 않았다. 기분나쁜 꿈 없이 숙면할 기회도 앗아갔다. 기껏해야 삼십 분쯤 지났을까. 불쾌한 감각을 느끼며 눈꺼풀을 걷어냈다. 이제 나는 잠들지도 못하는 몸이 되어버린 걸까. 눈동자만 굴려 옆을 보니 제이슨이 매끈한 총신을 닦고 있었다. 내가 침대에 막 누웠을 때와 다름없는 바른 자세였다. “네가 말한 악몽이 불면이라면 명백히 나와는...
가이딩을 느끼는 제이슨 토드는 신기한 듯 손을 내밀어 허공을 휘저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가이딩에 취해 황홀한 표정을 짓지 않는 것을 이미 몇 번이나 확인해본 후였다. 점차적으로 형질의 농도를 짙게 해봐도 제이슨 토드는 변하지 않았다. 나는 안심했다. 내 선택은 옳았다. 적어도 제이슨 토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다.“지금처럼 ...
자신을 제이슨 토드라고 소개한 남자는 센티넬이었지만 놀랍게도 가이딩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를 망가진 센티넬이라고 설명했다. 가이딩이 필요치 않은 센티넬을 센티넬이라고 칭해도 될까. 제이슨 토드는 제약 없는 강한 힘을 가진 사람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조금 신경질적으로 지쳐 보였다."정신나간 놈들."몸 여기저기에 남아 있는 자국만으로 내 용도를 깨...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무기력함이던데.”조커가 보여주는 꿈에 실컷 시달리고 막 눈을 뜬 참이었다. 사실 그게 정말 꿈이라는 것도 확신 못하겠다. 처음에는 조커를 엿 먹일 수 있어서 좋았는데, 그것도 한두 번이지 눈만 감으면 찾아오는 광대 얼굴에 질려버렸다.“평소처럼 노려보기라도 해봐요. 정말 우울증이라면 우리 모두 가슴이 찢어질테니까요.”티모시 웨인은 ...
그들은 아무것도 알아 내지 못했지만 조커는 내게 분명한 흔적을 남겨두었다. 각인은 아니다. 아마 조커의 센티넬 능력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그는 정신계열 능력자고 나를 조종해 강제로 각인을 시도한 전적도 있다. 그러니 꿈을 꿀 것 같다는 이 예감은 단순히 불안감으로 인한 편집증세는 아닐 것이다. 진한 커피를 끓여 연거푸 위에 들이부었다. 잠들고 싶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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